시장에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 공통점이란, 상품을 사고자 하는 사람과 팔고자 하는 사람 사이의 교환이 바로 그것들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이라는 표현은 눈에 보이는 장소가 아니더라도 상품을 사려는 사람들과 팔려는 사람들 사이에 접촉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 존재하면 이를 가리켜 시장이라고 부를 수 있다.
어떤 상품을 사려는 의지와 팔려는 의지는 각각 상반된 힘으로 시장에 표출된다. 가격은 이 두 상반된 힘의 상대적 크기에 따라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며, 혹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기도 한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가격이 일단 결정되면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려 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경우다. 두 힘이 균형을 이루었을 때 형성되는 가격을 균형가격(equilibrium price)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격이라고 부르는 것이 실제로는 대부분 균형가격을 뜻한다.
가격과 시장기구
어떤 국민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자원배분, 분배, 경제의 안정과 성장으로 정리해 설명할 수 있다. 단 이 과제들은 두 가지 극단적인 방법에 의해서 해결할 수 있다. 하나는 모든 것을 시장의 힘에 내맡겨 오직 시장을 통해 표출되는 개별 경제주체들의 의사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인데, 이는 자유방임적인 자본주의체제에서의 문제해결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계획당국의 지도에 따라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통제경제적 방식이다.
시장에서 상품을 사고자하는 사람과 팔고자 하는 사람이 서로 만나 거래를 하게 되고, 그 결과 상품의 가격과 거래량이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어떤 상품을 얼마나 많이, 어떤 방법에 의해 생산할 것인지가 결정되며, 누구에게 얼마만큼씩 돌아갈 것인지도 동시에 결정된다. 그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안정과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본 경제의 상태도 함께 결정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장의 역할을 통틀어서 시장기능이라고 부른다.
시장기능이 발휘되려면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경제주체들의 움직임을 조정해 줄 수 있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것이 존재해야 한다. 시장에서 이 매개체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가격이며, 이런 이유로 시장기구란말은 가격기구(price mechanism)로 사용되기도 한다.
시장에서 가격이 수행하는 주요한 역할은 두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가격은 경제 안에서 존재하는 상품을 배급하는 기능을 수행하는데, 우리는 이를 가격의 배급기능(rationing function)이라 한다. 만약 아무 가격도 지불하지 않고 어떤 상품을 얻을 수 있으면 사람들은 이를 무한정 많이 소비하려 들 것이다. 가격은 가장 높은 가치로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상품을 배급함으로써 희소한 상품을 과도하게 소비하려는 욕구를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 가격은 생산자원이 경제의 여러 부문들 사이로 배분되어 가는 과정에서 신호(signal)를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것을 가격의 배분기능(allocative function)이라고 부르는데,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은 바로 이 기능을 가리키는 말이다. 상품의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너무 크면 가격이 오르고 그 상품의 생산자는 평균수준 이상의 이윤을 얻게 된다. 이것은 그 상품이 귀해졌으니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작용하고, 이에 따라 더욱 많은 생산자원이 그 산업으로 투입되는 결과가 나타난다. 반면에 수요가 너무 작을 경우에는 가격이 내리고 손실이 발생해 생산자원이 다른 산업으로 빠져나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