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람들의 행동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조세라는 수단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에너지를 아껴 쓰도록 만들기 위해 석유류 제품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그 좋은 예다.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유도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나, 그 때문에 서민들의 생계비 부담이 커지는 문제에 대해서도 적절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담배를 덜 피게 만들기 위해 '담배세'를 부과하는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담배 소비량이란 측면에서 보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에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담배세를 부과하면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무거운 조세부담을 안게 되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담배세를 대폭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이 점을 들어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어떤 경제학자가 담배세로 거두어진 세금을 소득보조라는 방식을 통해 납세자에게 되돌려 주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렇게 해도 사람들이 담배를 덜 피우는 결과가 나타날 뿐 아니라 저소득층이 무거운 조세부담을 져야 하는 문제도 자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인데, 소비자 효용극대화의 모형을 통해 입증할 수 있다.
그림은 소비자가 주어진 소득을 담배와 기타 상품 사이에 적절하게 나누어 지출해 효용극대화를 시도하는 상황이다. 선분 AB는 담배세가 부과되기 전의 상황을 보여주는 예산선인데, 이 때의 담배 소비량은 x0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소비자에게 담배세를 부과하기만 하고 소득보조를 해주지는 않는다면 예산선이 선분 AC로 바뀌는데, 이렇게 담배세를 부과한 결과 담배 소비량은 x'으로 줄어든 것을 보게 된다. 이때 소비자가 낸 세금을 다른 상품의 단위로 표시한 것은 선분 E'F의 길이가 된다. 보조금의 크기가 그가 낸 세금의 크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가정하에 소득보조를 해준다는 것은 예산선이 선분 E'F의 길이만큼 들어올려진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 때의 예산선은 선분 GH로 나타나 있다. 소득보조를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예산선이 평행이동을 하면서 위쪽으로 움직여 간 것을 볼 수 있다. 소득보조가 지급된 후 담배 소비량이 x''인 것을 알 수 있는데, 보조금이 지급되기 전보다 늘었지만 원래의 상태보다는 줄어든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담배세를 부과하고 소득보조를 해줌으로써 생계비 부담이 전혀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담배 소비량만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점이 분명하게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그림에서 소득보조를 지급한 후에도 소비자가 누리는 효용의 수준은 원래의 효용수준에 비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E''점을 지나는 무차별곡선 i2가 E점을 지나는 무차별곡선 io보다 원점에 더 가까이 위치해 있다는 것을 보고 알 수 있다. 이 같은 소비자 효용의 감소는 담배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치른 대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해서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담배 소비량을 줄이는 성과를 거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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