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소비자이론은 소비자의 선호체계에 대한 일련의 가정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선호체계에 이행성이 있다느니 혹은 연속성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 정말로 그런지의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알지 못하는 선호체게에 대한 가정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통적 소비자이론의 큰 약점이라고 생각 될 수 있다. 만약 가정의 타당성에 문제가 있다면 그로부터 도출된 이론의 전체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점을 갖지 않는 새로운 소비자이론을 찾으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 바로 현시선호이론(revealed preference theory)이다. 이 이론은 시장에서 관찰할 수 있는 소비자의 구체적 선택행위에서 논의를 출발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전혀 관찰할 수 없는 선호체계로부터 출발하는 전통적 소비자이론과 좋은 대조를 보인다.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전통적 소비자이론보다 훨씬 더 약하고 적은수의 가정만으로도 이론의 정립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게 된다.
가격과 소득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이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측정하는 일을 무한히 반복할 수 있다면, 이를 관찰한 결과에 기초해 소비자의 선호체계가 어떤 성격의 것인가를 추론할 수 있다. 각 상황에서 소비자가 특정한 상품묶음을 구입하는 행위를 통해 선호체계의 성격이 조금씩 노출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가 어떤 상품묶음을 선택했다면, 그 상품묶음이 다른 상품묶음에 비해서 더 좋거나 아니면 그가 가진 소득으로는 다른 상품묶음을 살 수 없기 때문에 그와 같은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관찰이 무한히 계속될 수 있다면 여러 상품묶음들 사이에 어떤 선호도의 서열이 매겨질 수 있다.
이 이론을 처음 개발할 때 목적은 구체적으로 관찰이 가능한 가격, 소득, 수량에 관한 자료를 활용해 소비자이론을 재정립하는데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이론적 진전은 몇 가지 가정이 추가될 때 현시선호이론과 전통적인 효용이론이 논리적으로 동등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게 되었다. 현시선호이론은 기존의 소비자이론이 갖는 타당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양자는 소비자의 행위를 이해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에서 협조적 혹은 보완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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