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변화의 두 가지 의미
가격 변화의 효과를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해 보면, 이로 인해 생기는 수요량의 변화가 두 가지 상이한 효과의 합작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어떤 상품 가격에 생긴 변화가 소비자에게 두 가지의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쌀 가격이 내렸다면 이것이 소비자에게 주는 하나의 의미는 쌀이 옷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졌다는 것이며, 또 다른 의미는 이로 인해 소비자의 잠재적 소득 혹은 실질소득(real income)이 종전보다 더욱 커졌다는 것이 된다.
가격 하락이 왜 실질소득의 증가로 이어지는지를 이해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만약 쌀 가격이 떨어졌다면 전에 산 것과 똑같은 상품묶음을 산다 해도 예전보다 더 작은 지출만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똑같은 (명목)소득만 가지고도 예전에 살 수 없었던 상품묶음을 살 수 있게 되며, 바로 이런 뜻에서 소비자의 실질소득이 예전보다 더 커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쌀 가격이 내렸기 때문에 생긴 쌀 수요량의 변화는, 쌀이 상대적으로 싸졌기 때문에 생기는 변화와 소비자의 실질소득이 증가했기 때문에 생기는 변화의 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쌀이 상대적으로 싸졌기 때문에 수요량에 변화가 오는 것을 대체효과(substitution effect), 실질소득이 예전보다 더 커졌기 때문에 수요량에 변화가 오는 것을 소득효과(income effect)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가격 변화가 수요량에 미치는 효과, 즉 가격효과(price effect)는 대체효과와 소득효과를 합친 것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대체효과는 소비자의 실질소득이 불변인 상태에서 두 상품 사이의 상대가격비율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발생하는 효과다. 대체효과는 언제나 상대적으로 싸진 물건을 더 많이 사게 만드는 반면, 상대적으로 비싸진 물건은 더 적게 사도록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쌀 가격이 내려갈 때 대체효과는 언제나 상대적으로 더 싸진 쌀을 더 많이 수요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소득효과는 상대가격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실질소득이 변화해 생기는 효과를 뜻한다. 언제나 한 방향으로만 작용한다고 설명했던 대체효과와 달리, 소득효과의 경우에는 고려 대상이 되는 상품의 성격에 따라 작용하는 방향이 달라진다. 정상재의 경우에는 실질소득의 증가가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나, 열등재라면 이와 반대로 수요를 감소시킨다. 그러므로 쌀 가격이 내린다고 할 때, 이로 인한 실질소득의 증가가 쌀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지의 여부는 쌀이 정상재인지 아니면 열등재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기픈재란? 영국의 경제학자 기픈(R. Giffen)은 아일랜드 사람들의 소비행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수요곡선이 우상향하는 모양을 보이는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주식으로 삼는 감자의 가격이 올라가면 그들은 감자 수요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수요의 법칙에 위배되는 성격을 드러내는 상품을 그의 이름을 따서 기픈재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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